1. |
뿔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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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냄새가 싫어
화를 내는 이유가
단지 내 고독의 변덕이면 어쩌죠, 네
집이 아닌 곳만 향한
귀로들에 선 나는요
무심코 울음이 인사해
핑그르르
코 끝이 찡할 땐
설익은 살구를
한 입 베어 문 듯 해
울음도 살구처럼
작게 조용히 자라나며
열매로 맺히나 봐요
매일같이 갈증하는
내 핑계를 내세울 땐
마음이 가려운 탓이라 말을 지껄여 보고
오지도 않을 영원에게 또다시
환하게 웃어달라 부탁했었네, 네
핑그르르
코 끝이 찡할 땐
설익은 살구를
한 입 베어 문 듯 해
울음도 살구처럼
작게 조용히 자라나며
열매로 맺히나 봐요
이름이 잊혀진
죽어버린 역에서
나는 갇혀버렸네
나는 갇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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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솔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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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만나러 떠난
묘연한 섬에서
미아의 자격으로
세계의 끝에 서 있네
당신에 비해 나는
호흡의 빈도가
무수히 잦아서
이만큼 겁이 많았네
고립된 상어는 끝없이
헤엄을 멈추지 않는대
주술에 걸린 듯
나를
뜯어 먹어도 괜찮아
구슬피 울고 있을게
주술에 걸린 듯
나를
물어 죽여도 괜찮아
그렇게 알고 있으렴
고립된 상어는 끝없이
헤엄을 멈추지 않는대
주술에 걸린 듯
나를
뜯어 먹어도 괜찮아
구슬피 울고 있을게
주술에 걸린 듯
나를
물어 죽여도 괜찮아
그렇게 알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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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낡은 정맥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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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흘 전
네가 죽을 때 항구의 꽃이 물었네
사막은 어디에 있나요
장마는 언제쯤 멎나요
벚꽃이 부는 방향을 물었네
나는 유령이었고
너는 가을이었지
칼은 날카로웠고
봄은 아름다웠네
벚꽃이 부는 방향을 물었네
나는 유령이었고
너는 가을이었지
칼은 날카로웠고
봄은 아름다웠네
열흘 전 쯤
내가 죽을 때 호수의 꽃이 물었네
입술은 가리고 웃나요
그대가 갈 곳을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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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어귀에서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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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가엾어 할 뿐이네
망연한 도시에서는
축제가 열렸네
누가 누군갈
구원해 준단 건
어차피 서늘한
휘파람 같은 말
하이얀 숲에서
들리는 울음들
수국이 우는 날
영원이 멎는 날
나는 섬
너는 글
하이얀 숲에서
들리는 울음들
수국이 우는 날
영원이 멎는 날
빛이 우는 곳
말이 멎는 곳
청아한 밤이 미워서
구름을 그렸네
나는 섬
너는 글
나를 데려가 줘요
모른 체 말아줘요
이리 온
우리는 그저
가엾어 할 뿐이네
망연한 도시에서는
축제가 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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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걸귀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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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건 말야
원념과는 항상 반비례
그래서 그러니
죽음은 항상 멀어
결말이 없는 책
본 적이 없다며
그 따위 비웃음
짖어댈 생각 마
결말이 없는 책
써본 적 없다며
그 따위 비웃음
지껄일 생각 마
다음 생이 있다는
믿음이 없담 어떨까
지금 이 따위로
자그락 거리며 웃을수 있을까
결말이 없는 책
본 적이 없다며
그 따위 비웃음
짖어댈 생각 마
결말이 없는 책
써본 적 없다며
그 따위 비웃음
지껄일 생각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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